레버리지
레버리지란 협상 결과에 대해 우리가 얼마만큼의 통제력을 쥐고 있는지를 의미한다. 레버리지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지만, 가장 강력한 형태는 수요가 높은 자원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위치에서 비롯된다.
예컨대 사막 한가운데서 물을 파는 유일한 사람이라면, 당신은 수요가 극히 높은 자원의 유일한 공급자가 된다. 목마른 여행자들이 물값을 협상하려 할 때, 당신은 절대적인 레버리지를 쥐고 원하는 어떤 가격이든 요구할 수 있다.
압도적인 레버리지에서 비롯되는 힘을 제한하는 것은 반경쟁 규제를 두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경쟁은 한 당사자가 다른 당사자에게 행사할 수 있는 레버리지의 크기를 제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앞선 예에서 사막 한가운데 물 상인이 두 명 있다면, 목마른 여행자들에게는 선택권이 생기고 상인들은 가격을 낮추며 서로 경쟁해야 한다. 두 상인이 담합하여 가격을 고정하고 서로 더 낮추지 않기로 공모하지 않는 한 말이다. 가격 담합을 방지하는 규제가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는 거대하고 강력한 조직의 레버리지를 제한하려 하지만, 한편으로는 특허 발급을 통해 개인 발명가에게 레버리지를 부여하기도 한다. 특허의 목적은 특허 존속 기간 동안 경쟁의 가능성을 제한함으로써 발명가에게 레버리지를 제공하고, 발명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게 하여 사람들의 혁신을 장려하는 데 있다.
레버리지의 또 다른 이름은 "협상력(Bargaining power)"이며, 여타 권력과 마찬가지로 책임감 있게 사용되어야 한다. 압도적인 레버리지를 남용하여 상대방의 모든 것을 쥐어짜 내고 싶은 유혹은 클 수 있으나, 주어진 상황에서 레버리지를 얼마만큼 행사할지 결정할 때는 윤리적 고려 또한 수반되어야 한다.
업계 최고로 널리 인정받는 미술품 복원 업체의 대표라고 가정해 보자. 어느 날 세계 최대 규모의 미술관 중 한 곳이 찾아와, 심각하게 훼손되어 사실상 무가치해졌으나 완전히 복원된다면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중해질 희귀 예술품의 복원을 의뢰했다고 상상해 보라.
동일한 복원 역량을 갖춘 수천 개 업체 중 하나라면, 가격 협상에서 쥘 수 있는 레버리지는 극히 적을 것이다. 미술관 측이 제시된 견적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경우 다른 업체로 가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 특정 예술품을 온전히 복원할 기술을 가진 곳이 당신의 업체뿐이라면, 미술관과의 가격 협상에서 모든 레버리지를 쥐게 된다. 그렇다면 문제는 가격을 협상할 때 이 압도적인 레버리지를 얼마나 활용해야 하는가이다.
자유 시장 경제에서 재화나 서비스의 공정 시장 가치는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당신이 미술관에 청구할 수 있고 미술관이 기꺼이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금액이라면, 그것이 곧 복원의 공정 시장 가치로 간주된다. 즉, 모든 레버리지를 활용해 받을 수 있는 최고가를 끌어내고 미술관이 그 복원 비용을 지불한다면, 그로써 공정 시장 가격이 확립되는 셈이다.
하지만 자유 시장 경제의 공정 시장 가치 원칙을 따르지 않고,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 금액 대신 복원에 소요되는 업체의 원가만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기로 했다고 가정해 보자.
업체에 이미 모든 장비가 갖춰진 작업실이 있다면 주요 비용은 인건비일 것이며, 시간당 표준 요율이 100달러라고 치자. 경험상 복원에 약 100시간이 소요된다면 인건비는 10,000달러가 된다. 이러한 원가 가산 가격 책정을 적용하면, 사실상 무가치했던 예술품을 값을 매길 수 없는 명작으로 복원해 주는 대가로 10,000달러를 제시하게 될 것이다.
이제 원가 가산 가격 책정 대신, 해당 예술품을 제대로 복원할 기술을 지닌 유일한 업체라는 레버리지를 활용하여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최고가를 찾아내는 경우를 살펴보자.
유사한 예술품의 경매 낙찰가를 조사하여, 완전히 복원된 작품이 100만 달러는 족히 호가할 수 있음을 파악한다. 나아가 미술관의 입장료와 복원 후 작품을 보러 올 관람객 수를 추산한 결과, 미술관이 당분간 매년 최대 100만 달러의 티켓 수입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복원이 완료된 후 미술관이 100만 달러 상당의 자산뿐만 아니라 매년 100만 달러의 추가 수익까지 얻게 됨을 의미한다.
기민한 협상가인 당신은 이러한 사실들을 미술관과 공유하고, 원가 기준 10,000달러를 청구하는 대신 복원 비용으로 250,000달러를 제시한다. 복원을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이므로 미술관은 이에 동의한다. 당신의 가격을 지불하기로 동의함으로써 미술관은 복원 작업의 공정 시장 가격을 250,000달러로 설정한 것이지만, 동일한 작업에 10,000달러만 낼 수 있었어도 기꺼이 수락했을 것이다.
"더 적게 낼 수 있다면 누구든 그렇게 할 것이다"라는 격언이 있다. 이는 사람들이 항상 더 낮은 가격을 내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더 낮은 가격을 책정하는 정당화 구실로 삼아서는 안 됨을 일깨워 준다.
협상할 때는 자신이 가진 레버리지를 어떻게 가장 잘 활용할지 결정해야 한다. 레버리지를 쓰지 않기로 선택할 수도 있고, 한껏 발휘할 수도 있다. 개인의 자격으로 협상하는 것이라면 어떤 선택이든 자유롭게 내릴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을 대표해 협상하는 경우라면, 기업은 주주에 대해 자사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최고가를 확보해야 할 수탁자 책임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이라 할지라도 윤리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미술품 복원 업체의 사례에서 미술관은 제시된 가격을 지불하거나, 가격을 낮추려 협상하거나, 아예 협상을 포기하고 복원하지 않는 쪽을 택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그 누구에게도 실질적인 물리적 피해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식량, 물, 의약품과 같은 필수재를 생각해 본다면,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최고가를 받아내기 위해 압도적인 레버리지를 행사하는 것은 비윤리적일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존속할 수 없으므로, 기업이 수익을 추구하는 동기는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사회 속에 존재하며, 기업이 레버리지를 남용하여 필수재에 대해 사람들에게 최고가를 지불하도록 강요한다면 결국 우리가 발 딛고 설 사회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