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함 (Detachment)
협상 중에 객관적이고 이성적이며 논리적인 태도를 유지하려면 결과로부터 감정적으로 분리되는 초연함을 배워야 합니다. 감정적 초연함을 달성하는 한 가지 방법은 자신을 위해 협상하는 대신 다른 사람을 대신해 협상하고 있다고 상상하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는 초연함을 유지하기가 훨씬 더 쉽기 때문입니다.
딜러십에서 중고차를 사러 갔다가 2만 달러에 매물로 나온 마음에 쏙 드는 차량을 발견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원하던 색상과 스타일이었고, 주행거리도 비교적 짧았으며, 심지어 새로운 사운드 시스템까지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운전하면서 음악을 듣는 것은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입니다. 첫눈에 반해 버린 당신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새 차나 다름없는 그 차를 몰고 도로를 달리는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립니다. 시승을 마친 후 당신은 당장 계약할 준비를 마치며, 딜러에게 가격을 깎아 달라고 요구할 생각조차 하지 못합니다. 그저 꿈에 그리던 차를 몰고 나갈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2만 달러짜리 수표를 건넵니다.
이제 같은 시나리오를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친구를 위해 차를 사는 상황으로 바꾸어 상상해 보십시오. 친구는 자신이 원하는 색상, 스타일, 주행거리, 사운드 시스템까지 알려주며 좋은 가격에 협상해 줄 수 있는지 부탁했습니다. 당신은 그 차에 감정적인 애착이 없기 때문에, 딜러에게 표시 가격인 2만 달러를 부르는 대신 1만 5,000달러를 제시합니다. 안 될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밑져야 본전입니다. 몇 차례의 줄다리기 끝에 1만 7,500달러에 합의하여 친구에게 표시 가격 대비 2,500달러를 아껴줍니다.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꿈의 차를 놓치는 것이 도저히 용납되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 성사를 위태롭게 만들 만한 행동은 일절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그것이 당신의 꿈의 차가 아니었으며, 계속 찾아보면 결국 더 나은 차를 찾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차나 딜러에게 특별한 구석은 전혀 없었습니다. 본질적으로 그것은 돈과 물건을 맞바꾸는 금융 거래에 불과했으며, 실제로도 그 이상의 의미는 전혀 없었습니다.
자동차 광고를 보면, 아름다운 풍경 속을 달리는 멋진 사람들의 모습과 함께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로 왜 이 차를 반드시 사야 하는지에 대한 온갖 이유를 늘어놓습니다. 신형이고, 넓으며, 고급스럽다는 것입니다. 가장 안전하고, 가장 첨단이며, 가장 많은 상을 수상했고, 충돌 테스트 최고 등급과 최고의 평가를 받았으며, 연비가 가장 뛰어나다고 강조합니다. 게다가 손쉽게 할부 금융을 이용할 수 있어 오늘 바로 차를 인수할 수 있다고 유혹합니다. 무엇을 망설이십니까? 지금 행동하십시오, 물량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모든 것의 의도는 단 하나입니다. 바로 당신이 그 차와 감정적으로 사랑에 빠지게 만들어, 실제로 차를 살 때 가격 협상을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자동차 광고에서 "지금 2만 달러에 구매하세요. 하지만 솔직히 1만 7,000달러만 받아도 만족하며, 급하면 1만 5,000달러까지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는 결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자동차 구매의 진실입니다. 딜러들은 내년 모델을 들여올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차량을 매장에서 반드시 처분해야 하므로, 가격은 협상 가능합니다.
차를 살 때가 되었을 때, 자신이 얼마나 '반했는지'를 고려해서는 안 됩니다. 애착이란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뿐인 단순한 감정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협상의 목적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이며, 자동차 구매의 경우 원하는 차를 가능한 한 가장 낮은 가격에 확보하는 것입니다. 그 외의 모든 요소는 단순한 주의 분산에 불과하므로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감정이 앞설수록 합리성은 떨어지며, 합리성이 떨어질수록 협상에서 이용당할 확률은 높아집니다. 이성적인 상태에서는 현명한 결정을 내리고, 몇 수 앞을 내다보며, 논리적으로 타당한 제안을 할 수 있습니다. 반면 감정적인 상태에서는 중요하지 않은 세부 사항에 집착하고, 일이 지체될 때 스트레스를 받으며,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주지 않을 때 좌절하게 됩니다.
초연한 사고방식, 즉 자신이 아니라 타인을 대신해 협상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협상에 임하면, 장애물에 부딪혀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협상 상대가 "안 됩니다"라고 말할 때, 상대가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대신 그 "안 된다"는 대답을 어떻게 "된다"로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상대가 "우리는 그런 조건에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할 때, 상대가 완고하거나 무례하거나 불쾌하게 군다고 생각하는 대신 어떤 조건 하에서라면 상대가 그 조건에 동의할 수 있을지를 생각합니다. 누군가 절대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때, 우리는 "물어봐서 손해 볼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초연해지면 개인적인 위험에 대한 감정에서 자유로워지며, 이는 걱정과 불안을 줄여줍니다. 최악의 상황이 닥치더라도 자신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없기 때문에 더 큰 자신감을 갖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아무것도 사적인 감정과 결부되지 않으므로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는 데 훨씬 더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게 됩니다. 양측 모두 단지 합의 조건을 조율하려는 것뿐이기 때문입니다.
협상 중 상대방이 감정적으로 폭발하거나, 최후통첩을 보내거나, 협상 결렬을 위협하며 흥분하더라도, 우리는 객관적으로 사실을 직시하고 감정적 연막에 불과할 수 있는 상황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거나 목소리를 높이고, 위압적인 신체 언어를 사용하거나 공격적으로 말함으로써 상대를 위협해 감정을 조작하려 듭니다. 그러나 우리가 초연함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런 것은 전혀 문제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오직 거래뿐입니다. 우리는 모두가 생각을 정리하고 밖에 나가 맑은 공기를 쐬고 올 수 있도록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협상이 중단된 지점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정중하게 제안할 수 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이 마무리되면 거래는 성사되거나 결렬될 것입니다. 모두가 만족하는 거래가 성사된다면 가장 이상적이며, 그것이 바로 우리가 목표로 하는 바입니다. 설령 성사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그만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거래 성사 여부에 전혀 연연하지 않는 태도가 원하는 거래를 이끌어내는 최고의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