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포기
협상의 목표는 상호 이익이 되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지만, 때로는 이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경우에는 자신에게 이롭지 않은 조건에 합의하는 것보다 거래를 포기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거래를 포기해야 하는 세 가지 주요 상황이 있습니다. 조건이 수용 불가능할 때, 합의가 나쁜 선례를 남길 때, 또는 거래 수락이 자신의 전문적 평판을 훼손할 때입니다.
첫 번째 상황은 얻을 수 있는 최선의 조건조차 수용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다만 이 결론에 너무 성급하게 도달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협상을 시작할 때 이른바 '터무니없이 낮은 조건 제시(low-balling)', 즉 수용 가능한 범위를 크게 벗어난 조건을 제안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협상 초기 단계에서 매우 흔히 쓰이는 전술이므로 불쾌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으며, 적어도 시작 단계에서부터 협상을 포기할 이유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적정 시장 가격이 10,000달러인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는데 누군가 3,000달러를 제시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로우볼(lowball)'로 간주되며, 협상의 시작점에 불과하므로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협상이 진행되고 제안과 역제안이 오가면서 가격은 10,000달러에 가까워져야 하지만, 만약 가격이 여전히 3,000달러에 머물러 있다면 이는 단순한 로우볼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상대방이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금액이 그것뿐이라는 뜻입니다. 7,000달러의 손실을 감수할 생각이 없다면, 상대방의 조건은 전혀 수용할 수 없는 것이므로 거래를 포기해야 합니다.
두 번째 상황은 거래를 수락하는 것이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경우입니다. 오늘 불리한 거래를 수락하면, 앞으로 다른 사람들도 당신과 불리한 거래를 맺으려 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에 대한 경계심 때문에 각국 정부는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습니다. 인질을 잡으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면 추가적인 인질 극만 부추길 뿐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 고객이 40% 할인을 요구했을 때 이에 동의한다면, 당신의 회사가 40% 할인을 제공한다는 선례를 남기게 됩니다. 이 소문이 다른 고객들에게 퍼지면, 그들 역시 제값을 다 치르는 것은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느껴 똑같이 40% 할인을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세 번째 상황은 거래를 수락하는 것이 자신의 전문적 평판을 훼손하는 경우입니다.
전문가는 구체적인 직종과 관계없이 일반적으로 노련한 협상가로 여겨집니다. 주방 리모델링을 협상하는 목수이든, 보험사와 협상하는 의사이든, 은행과 대출을 협상하는 소상공인이든, 모든 전문가에게는 협상하는 법을 알고 있으리라는 기대가 따릅니다.
따라서 목수가 공정 시장 가격의 일부에 불과한 헐값에 주방 리모델링을 수락하거나, 의사가 보험 처리가 되는 줄 뻔히 알면서도 결국 환자에게 시술 비용을 청구해야 하거나, 소상공인이 터무니없이 높은 금리의 대출을 수락한다면, 이 목수, 의사, 소상공인을 진정한 전문가로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협상에서 이용당하는 모습은 대다수 사람들이 아마추어의 특성으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협상 기술은 전문가로서의 역량과 경험을 반영하므로, 명백히 불리한 조건에 합의하려 할 때는 '협상에 서툰 사람'이라는 평판이 자신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 영업 담당자가 항상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에 동의하여 체결하는 계약마다 회사에 손실을 입힌다는 평판을 얻게 된다면, 그는 오래 영업직에 머물지 못할 것입니다.
거래를 포기하는 이유가 무엇이든, 반드시 따라야 할 한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절대 다리를 불태우지 말라는 것(never burn a bridge), 즉 향후 거래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끝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한 고객이 18개월 무료 체험과 체험 기간 내내 24시간 연중무휴 라이브 지원, 그리고 향후 모든 구매에 대한 80% 할인 보장을 요구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아무리 감정이 격해지더라도 이렇게 말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를 바보로 아시는 모양인데, 저 그리 호락호락한 사람 아닙니다. 친구들한테 우리를 완전히 털어먹었다고 자랑하게 두려고 여기서 호구 노릇 하고 있을 생각 없습니다. 여기서 끝냅시다. 앞으로 다시는 연락하지 마세요." 대신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흥미로운 제안입니다. 내부적으로 논의해 본 뒤 가능한 방안이 있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정중하게 미팅을 마친 뒤, 하루이틀 정도 기다렸다가 이메일을 보낼 수 있습니다. "신중히 검토해 보았으나, 현재로서는 귀하의 요구 사항을 충족시켜 드리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향후 다른 기회에 귀하와 비즈니스를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앞날에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바랍니다. 영업팀 드림."
다리를 불태우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해서 얻을 전략적 이점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최악의 경우라도 정중하지만 단호한 협상가라는 평판을 얻게 되며, 최선의 경우에는 상대방이 당신이 협상장을 떠났음을 깨닫고도 여전히 거래를 원하여 더 나은 제안을 들고 올 것입니다. 이 경우 상대방이 먼저 다가온 것이므로 모든 주도권(leverage)은 당신에게 돌아옵니다.
거래 포기의 진정한 이점은 수용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경계를 확립함으로써, 상대방이 그 시점부터 당신을 진지하게 대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리를 불태우지만 않았다면, 자연스러운 수순에 따라 상대방은 자신이 지나치게 밀어붙였고 무리한 요구를 했으며,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입장을 수정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거래를 포기하는 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