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텍스트
사람들은 자신의 본심을 항상 말로 다 표현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서브텍스트(말 뒤에 숨은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요소입니다. 이는 듣는 이에게 난감한 상황을 만듭니다. 상대방이 입 밖으로 낸 단어만을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단서를 활용해 실제 의도를 짐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브텍스트에 주의를 기울이며 경청하는 것은 대단히 까다롭고 오류가 발생하기 쉽지만, 이를 완전히 무시하면 대인관계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판을 얻기 십상입니다.
서브텍스트 해석이 필요한 대표적인 사례는 안부를 물었을 때 "괜찮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입니다. 문자 그대로만 받아들이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가라앉은 목소리 톤으로 말하는 "괜찮아요"는 정반대의 의미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비록 괜찮다고 말했을지라도, 서브텍스트는 전혀 괜찮지 않다는 뜻입니다.
서브텍스트를 감지하고 해석하는 일의 까다로움과 부정확성 때문에, 특히 전문적인 업무 환경에서는 서브텍스트를 아예 무시하기로 선택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공감은 경청의 핵심 요소로 여겨지는 만큼, 서브텍스트를 무시하는 것은 상대방의 감정에 관심이 없다는 태도와 다름없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동료가 방금 회의실에서 나왔을 때 업무 관련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의례적인 인사로 "어떻게 지내세요?"라고 물었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동료는 "괜찮습니다"라고 답하지만, 그의 신체 언어와 어조를 보면 전혀 괜찮지 않다는 것이 명백합니다. 이때 그가 한 말만을 액면 그대로 들었다면, 당신은 결코 훌륭한 경청자였다고 평가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상황을 정확히 파악했다는 전제하에, 동료가 전달하고자 하는 서브텍스트를 무시한 채 업무 이야기만 이어가는 것은 대단히 무신경한 처사일 수 있습니다. 자신이 나누고 싶었던 대화 대신 상대방이 겪고 있는 상황으로 대화의 초점을 전환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황을 정확히 읽지 못한 상태에서 대화 초점을 상대방에게 돌린다면 오히려 부적절한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전문적인 직장 환경에서 서브텍스트가 빈번히 무시됩니다. 서브텍스트를 파악하는 작업은 부정확할 뿐 아니라, 상대방이 실제로 하지도 않은 말을 혼자 짐작하다 보면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참견이 심하며, 심지어 과대망상적이라는 인상까지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실제로는 괜찮지 않아 보이는데도 괜찮다고 말할 때, 당신은 다음 행동에 대해 선택권을 갖습니다.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무시하고 전문적인 업무 대화를 계속 진행할 수도 있고, 상대방이 당면한 문제를 스스로 정리할 시간을 가질 때까지 대화를 미룰 수도 있으며, 상대방의 고민을 들어주겠다고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현재 겪고 있는 문제로부터 주의를 돌리기 위해 업무적인 대화를 오히려 반기는 이들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상대방이 말하는 서브텍스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이것이 가장 안전한 접근법입니다.
반면, 생산적인 마음가짐을 갖추지 못했을 때 굳이 대화를 시도당하기보다는 추후 더 적절한 방식으로 감정을 정리할 수 있도록 공간을 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눈물을 흘리기 직전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안부를 묻는 것은 감정적인 붕괴를 촉발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말을 건네기보다 스스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공간과 시간을 배려해 주는 것이 최선일 수 있습니다. 이는 상대방을 당혹스러운 상황에서 보호해 주고, 마음을 터놓을 준비가 되었을 때 향후 생산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줍니다.
전문적인 업무 환경을 유지하고 상대방에게 감정을 추스를 시간을 주는 것이 당신에게 가장 안전한 접근법일 수 있지만, 가장 관대하고 사심 없는 행동은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털어놓거나 분출할 수 있도록 경청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신뢰하는 동료와의 대화가 도움 될 만한 상황이고 상대방이 당신을 그러한 동료로 여긴다면, 단둘이 앉아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든 그저 들어주겠다고 제안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상태가 호전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럴 때는 그저 조용히 앉아 중간에 끊지 않고 경청하기만 하면 됩니다. 반면 상대방이 격앙되어 감정을 표출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상대방의 감정을 인정해 주고, 감당하기 어려워 보이는 상황을 생산적인 해결 경로가 있는 상황으로 재구성(reframe)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동료보다 직급이나 연차가 높다면,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조언이나 명확한 가이드를 제공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이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적인 장소를 찾아 그를 괴롭히는 고민을 주의 깊게 경청하는 것은 든든한 동료의 역할을 넘어섭니다.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이는 조직 차원에서도 결정적으로 중요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대화 상대는 대화 내용을 비밀로 지켜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으며, 명시적으로 부탁하지 않더라도 자신과의 대화 내용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제해야 합니다. 경청을 제안했다고 해서, 아무리 그러고 싶더라도 상대방의 문제를 다른 사람들과 논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는 것은 아닙니다. 사내 가십은 상처를 주는 소문과 잘못된 정보, 유독한 직장 환경을 낳는 주원인이므로 전문적인 직장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동료가 털어놓은 내용 중에는 경영진과 상의하도록 권유해야 마땅한 사안도 있습니다. 이는 비합리적인 마감 기한 같은 일상적인 문제부터 인사 부서에서 다루어야 할 중대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동료를 돕겠다는 시도가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의도치 않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동료를 대신해 직접 행동에 나서는 것은 일반적으로 지양해야 합니다. 그 대신 적절한 경영진과 문제를 논의하도록 권유하십시오. 직원들이 직면하는 가장 민감한 사안을 해결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경영진의 책임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