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슬픔의 비언어적 신호를 감지하는 것은 든든한 친구, 가족, 동료가 되기 위한 핵심 요소입니다. 누군가가 슬퍼하고 있음을 파악하면 상대방의 기분에 적절하게 소통 방식을 조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황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슬픔의 비언어적 표현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는 것을 슬픔의 결정적인 신호로 여깁니다. 그러나 극심한 슬픔이 눈물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을지라도, 모든 울음이 슬픔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닙니다. 울고 있거나 눈에 눈물이 고인 사람은 유독 감동적인 노래를 들었거나, 유난히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거나, 대단히 기쁜 소식을 듣고 안도감에 벅차오른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눈물 자체만으로는 슬픔을 판단하는 전적으로 신뢰할 만한 지표가 되기 어렵습니다.
슬픔의 비언어적 신호를 그려보려면 엄청난 상실을 겪은 사람을 상상해 보십시오. 온 세상의 짐을 어깨에 짊어진 것처럼 온몸이 무거워 보일 것입니다. 움직인다 하더라도 슬로모션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어깨는 처지고, 고개는 숙여지며, 시선은 바닥을 향합니다. 말을 한다 해도 목소리가 작으며, 주변의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손을 숨기고 시선 접촉을 피하는 경향도 나타납니다. 마치 눈에 띄지 않으려고 몸을 웅크리며 스스로를 더 작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며, 배 위에 팔짱을 두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더 이상 자신을 돌볼 마음이 없어진 것처럼 머리와 옷차림이 흐트러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눈물을 흘리지 않더라도 이러한 비언어적 지표들이 모두 나타난다면, 비록 그 이유는 모를지라도 상대방이 슬퍼하고 있다는 판단은 틀림없을 것입니다.
전문적인 업무 환경에서처럼 누군가가 슬픔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할 때 이러한 신호들이 한꺼번에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동료들의 슬픔을 감지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업무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일상적인 상태 점검 회의를 떠올려 보십시오. 마감일까지 여유가 충분했던 이전 회의에서는 모두가 바른 자세로 앉아 눈을 맞추고, 손을 밖으로 드러낸 채 자신의 진행 상황을 적극적으로 보고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제 마감일이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서, 관찰되는 비언어적 신호들에 변화가 감지됩니다.
회의실 앞쪽에 앉거나 서 있던 사람들이 이제는 뒤쪽으로 물러나 있을 수 있습니다. 여전히 보고하기를 열망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몇몇은 시선을 피하거나 회의가 끝나자마자 벗어날 수 있도록 몸을 출구 쪽으로 살짝 돌리고 있습니다. 회의실 뒤편에 앉은 한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올려 목을 감추고, 마치 복통이라도 있는 것처럼 배 위에 팔짱을 낀 채 바닥을 응시하는 '터틀링(Turtling)' 행동을 보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누가 좋은 보고 내용을 가지고 있고 누가 나쁜 소식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해 본다면, 슬픔의 비언어적 신호를 보이는 사람들이 행복의 비언어적 신호를 보이는 사람들보다 좋은 소식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훨씬 낮습니다.
회의 진행자라면 이제 타인의 감정 상태에 공감하며 공정하게 업무 현황을 수집할 수 있는 귀중한 정보를 확보한 셈입니다. 물론 누군가의 바디랭귀지가 프로젝트 진행 상황과 전혀 무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 중 앞선 시간대에는 동료들과 유쾌하게 대화를 나누던 사람이 자신의 업무 완료 여부를 질문받을 생각만으로도 몸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 슬픔은 업무 현황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같은 회의에서 소수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슬픔을 나타내는 바디랭귀지를 보이는 상황을 상상해 보십시오. 회의실을 둘러보면 모두가 앞으로 수그린 채 손을 숨기고, 고개와 시선을 떨구며 눈에 띄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마디 말도 오가지 않았더라도 회의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분명히 감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분위기 읽기(reading the room)'라고 부르며, 이는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적인 역량입니다. 초청 강연자로서 강연을 하든, 고객에게 제안하는 영업 담당자이든, 진행 상황을 취합하는 프로젝트 매니저이든, 사람들의 비언어적 신호가 전달하는 정보를 최대한 흡수하여 소통 방식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분위기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고객 수익이나 직원 사기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회의실 안의 모든 사람이 슬픔의 비언어적 신호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현황을 수집해야 한다면, 모두가 행복의 신호를 보일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가혹한 일입니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증은 없더라도, 사기가 저하되어 있으며 사람들이 나쁜 소식을 전했을 때 직면할 수 있는 파장을 두려워하여 현황 보고를 꺼리고 있다고 가정하고 접근하는 것이 최선일 수 있습니다.
그 순간 즉시 현황 수집 회의에서 사기 진작 회의로 전환해야 합니다. 궤도로 돌아올 계획만 있다면 납기가 다소 지연되어도 괜찮다거나, 회사는 완벽함이 아닌 최선을 기대한다는 점, 그리고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저지른 실수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만회하느냐라는 점을 설명하면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격려의 말을 건네다 보면 회의실의 바디랭귀지가 달라지는 것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터틀링을 멈추고 주머니나 테이블 밑에서 손을 꺼내놓기 시작할 것입니다. 대화를 이어감에 따라 팔짱이 풀리고 턱이 들리기 시작하며, 이전에는 눈을 마주치지 않던 사람들이 시선을 맞추기 시작할 것입니다.
팀원들의 바디랭귀지가 슬픔에서 중립 상태로 전환된다면 사기가 회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슬픔의 비언어적 신호를 내뿜던 회의실이 행복의 비언어적 신호를 띠게 된다면 동기부여 연설에 탁월한 역량을 갖추었음을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슬픔의 비언어적 신호를 감지해 내는 힘입니다. 즉,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노력을 기울여도 사람들의 비언어적 신호가 슬픔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사람들을 슬프게 만드는 요인은 자신의 통제권 밖에 있는 것이지만, 적어도 상황을 호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입니다.